생존일지

미안해요. 엄마, 딸은 건강하지 못해요 _ 트로델비 6주기 후 CT검사

sonart 2026. 1. 12. 21:43

6일만에 제주에 다시 왔다.
동안 서울은 엄청 추웠는데 ㅜ 역시 제주는 너무 따뜻하다.
 
트로델비 6주기 2차 항암을 마치고
언양에 있는 엄마집에 가서 하루 자고 왔다. 
1박2일이 너무 힘들었다.
엄마는 딸과 있는 시간 내내 자신의 푸념을 쏟아냈다.
만만한 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하소연하는 하는 것이 었지만 ㅜ
병든 딸은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하루라도 더 살아 볼 거라고 독한 항암제를 매주 맞고 있는 딸 앞에서 
엄마는 자기는 이제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고 사는 것이 너무 허망하다는 ㅜ
하루 빨리 죽어야 하는데 너무 오래산다고 ㅜ
평생을 자식을 위해서만 살아왔다고 ㅜ 자신을 위해서는 살아보지도 못했다고 ㅜ
니는 젊었쟎아, 늙은 내가 더 불쌍하다고 ㅜ
 
가슴이 답답하다. 안타깝지만 그 감정이 나에게 다 전가되는 듯해서 너무 힘들었다.
건강하지 못하는 나는 이제 이런 엄마의 푸념도 받아내지 못하는 딸이 되었다. 
미안해요. 엄마. 딸은 건강하지 못해요. 정신건강도 언제 무너질지 몰라요. ㅜ
 
언양에서 1박을 하고 도망치듯 서울로 왔다.
월요일에 검사가 있어 아들집에 더 머물렀다.
아들과 있을 때도 나는 조심하게 된다. 나도 엄마처럼 되지 말아야 하니 ㅜ
우리는 각자 방에 각자의 핸드폰에 집중하고 지내는 시간이 많다. 서로 너무 많은 이야기는 금물.
가끔 카페에 같이 가더라도 각자 할 거리를 가지고 간다. 읽을 책이나 노트북을.
 
일요일에는 인사동에 나가 봤다. 개량한복가게 두 곳을 들렀다. 세례복으로 입을 한복을 구경했다.
서울의 날씨는 너무 추워 그냥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거리를 다니며 구경하기에는 적절한 날씨가 아니었다.
그래도 알찬 시간을 보냈다.
 
월요일 아침 10시 CT가 예약되어 있었지만 병원에 일찍 갔더니 일찍 마쳐주셨다.
이번 CT검사는 중요하다. 계속 트로델비를 맞을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검사가 될 것이다. 
요즘 오른쪽 가슴이 자꾸 무거워지는 느낌이라 무척 기분이 나쁘다. 검사 결과가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일희일비 안하기로 했지만 결과에 따라 이제 맞을 항암제도 없다고 하는데 ㅜ 
아니야 요즘 피검사 결과도 좋고 일상생활도 잘 하고 있으니 문제 없을거야 ㅜ
 
짐이 많아 베낭이 무거웠다. 거기다 가발 세탁을 부탁하러 택배상자를 하나 들고 가야했다.
김포공항 우체국에 가서 가발 택배상자를 부치고 비행기를 타러 갔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리고 금식이라 아무것도 못 먹어서 우동을 하나 시켰다.
국물과 면을 조금 먹었다. 잘 넘어가질 않는다. 요즘 자꾸 속이 미싱거려서 뭘 먹기가 힘들다.
물도 잘 안 넘어가서 링티를 편의점에서 하나 샀다. 그것이 좀 더 나은 듯하여.
 
제주의 하늘은 오늘도 아름답다.
아들은 아무도 없는 제주에 뭐하러 가냐고 그냥 서울에 며칠 더 있다가 아빠랑 가라고 했지만
나는 좋다. 혼자 있는 시간도. 제주에서라면.
 
나의 아름다운 제주 생활이 잘 지속될 수 있도록
오늘도 기도한다.